Lotte Giants!


시험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롯데 게임에 목을 매달고 TV 앞에 앉아 눈이 빠져라 보고 있다. 야구는 홈런만 먼저 치면 이기는 게임인 줄 알았던 내가, 천천히 야구를 알게 되고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하게 되고. 1년도 안되서 나는 충분히 롯데빠가 되어 있었다. 롯데 시합 보러 간다고 새벽에 비몽사몽 일어나서 친구와 아무도 없는 지하철을 타고 매표소 앞에서 기다렸었던 적도 있었다. 12시간을 야구장에서 앉아 있었고, 첫 야구장 경험이 롯데가 오지게 깨지는 날이 되더라도 마구 마구 욕 하면서도 결국에는 다시 야구장에 찾아가 또 시합을 보고, 또 지는 광경을 보고, 또 투덜거리고, 또 응원하고. 우리의 첫 야구장 경험은 피곤하고 지쳐서, 미노 얼굴만 보고 멀찍이 혼자서 선데이 아이스크림 두 개를 다 쳐먹고는. 그 날은 민한신의 발이 자신의 발을 밟았다고 좋아하던 친구가 안쓰러워질 지경이었다. 참고로 대호는 그렇게 뚱뚱하지 않다는 친구의 증언. 어떻게만 잘 하면 잘생기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롯데가 게임에서 지면 새벽에 밖에서 술에 취하신 아저씨들이 고함 지르는 소리가 우렁차게 퍼진다. 점수를 따면 부산의 아파트 곳곳에서 환호성이 퍼지고, 게임 도중에 잠시 밖에 나가서 뭘 사서 돌아오는 길에는 주위의 가게들이 모두 롯데 게임만 보고 있다. 그리고 생각 했다. 나 참, 부산에서 태어난 게 죄지! 내일만은 이겼으면, 그리고 기뻐서 또 그렇게 술 취한 아저씨들이 웃고 다니고 그 때 가게에 들어가면 덤으로 뭘 더 주고,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보고, 야구가 부산 사람의 생활을 좌우한다니! TV의 시합을 보면서 조 주장님의 모습에 실망하고 나중이 되서야 미안하고도 미안한 마음에 괜히 글썽였었다. 가슴이 짠 해지는 8년 만의 가을 이야기, 내일은-그러니까 오늘은 웃으면서 보고 싶다.

by 소현 | 2008/10/11 00:57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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